동아리 일로 미팅을 가진 뒤, 가볍게 점심겸 저녁을 먹으러
Rising Sons Deli 라는 태국 음식점을 갔다.
내가 사는 곳 근처에는 두 개의 태국 음식점이 있는데,
내가 더 좋아하는 곳은 정말 맛있지만 차를 타고 가야하기 때문에
눈물을 머금고 맛은 좀 덜해도 가까운 곳을 더 자주 찾게 된다.

얼마전에 내린 눈이 아직도 쌓여있다.
온도가 많이 올라서 낮에 햇빛 비추는 곳은 눈이 조금씩 녹고 있지만
아직도 가게 간판위에 쌓인 눈은 수북하다.

가게는 그다지 고급스럽게 꾸며져 있지 않다.
일본의 조그만한 식당을 가면 아기자기한 소품들과
이런저런 포스터들로 꾸며진 곳들이 많은데
비슷한 느낌으로 꾸며져 있다.
물론 장식된 것들은 태국과 관계있는 코끼리 같은 것들이다.

미국인들에게는 뜻 깊고 한국보다 더 화려한 크리스마스가
다가오고 있기에 여타 음식점들처럼 조금씩 장식을 시작하고 있다.

조금은 누추한 느낌의 식탁과 의자.
실제로도 앉어보면 불편하기도 하고 삐걱 거리기도 한다.

메뉴와 포크는 늘 준비되어 있어서 그냥 앉아서 보고 준비하면 된다.
메뉴는 조금 낡기도 했고 조금 끈적거리는데
아무리 싼 맛에 비해 먹을만 해서 자주 찾는다지만
위생에 조금만 더 신경 써줬으면 하는 생각이다.

-메뉴를 좀 더 잘 찍고 싶었는데 일어서서 찍자니
조용한 분위기에 튀는 거 같고 (오늘 따라 사람이 없고 조용했다!)
해서 어정쩡하게 찍을 수 밖에 없었다.-
메뉴에 있는 요리 중 서너가지를 주로 먹는데,
그 중 나는 Garlic Pork를 가장 좋아한다.
두꺼운 보쌈 삼겹살에 달짝지근한 된장소스(로 추정)가 베여져서
이거 한국 음식 아닌가? 싶은 요리다.
평소때면 Garlic Pork를 시켰겠지만
오늘은 동아리 아는 누나가 사주시는거기도 하고
눈이 쌓인걸 보니 따뜻한 국물이 생각 나기도 해서
싸고 따뜻하고 국물있는 Pho를 시켰다.
(한국에서도 포- 라고 부르는지
태국식 쌀국수라고 부르는지는 모르겠지만,
내가 느끼기엔 베트남 쌀국수와 별 차이없다.)

그냥 면만 삶아서 바로 나오는지
주문한지 10-15분만에 포 가 나왔다.
싼 가격 탓인지, 숙주도 거의 없고 양파 몇 쪽에 고기 몇 점. 그리고 면이 전부다.
고기는 조금 뻑뻑하고 질겨서 별로지만 면은 그냥 먹을만 하다.
이 포의 생명은 국물인데, 여기서 이 태국 쌀국수에 '미국식' 이 붙는다.
내가 이야기한 근처의 또 다른 태국 음식점은 조금 더 정통 태국식이라
태국에서 먹는 포와 가깝게 국물이 시원하고 덜 달다.
하지만 라이징썬의 국물은 아무리 생각해도 미국인 취향이다.
국물이 시원하기 보다는 굉장히 달짝지근하다.
느낌상으로는 조미료에 설탕까지 조금 더 넣지 않았나 싶을 정도다.
다른 한 곳의 태국 음식점보다 더 미국인이 많은 이유가 아닌가 싶다.

혀가 달달해지긴 했지만 그래도 쌀로 만든 면과 달짝지근하고
(조금은 느끼한) 따뜻한 국물까지 싹 다 먹자니
추운 날씨가 왠지 싫지만은 않다.
달고 느끼한 마시멜로우 코코아를 먹은 듯 몸이 풀리는 느낌이다.
──────────
미국에서 중국인들이 중국 음식을 먹으면
"이건 중국 음식이 아니야!" 라고 하곤 한다.
분명 중국 음식이고 (중국에 존재하는) 심지어 주방장들도
중국인들이 많지만 중국 음식이 중국 음식으로 취급 못 받는 이유는
중국 음식들이 미국인들 입맛에 맞춰서 다시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아마 이렇게 달짝지근한 (그래서 또 특이하고 먹을만한) 포는
미국이 아니면 맛 볼 수 없는 포가 아닐까 란 생각이 든다.
지금은 보편적이지 않지만 언젠가 (반드시!)
한국 음식이 일본, 중국 음식들 처럼 많은 미국인들이 찾는 음식이 되었을때
김치, 된장찌개 등이 어떻게 맛이 변해있을지가 궁금해 진다.



덧글
doo 2009/12/14 09:54 # 삭제 답글
오호라 오늘 간거냐 여기 ㅋㅋ 아 밤이니까 오늘은 아니겠고암튼 너 진짜 잘 올린다...
osolee 2009/12/14 13:48 #
어제 갔었어요, 토요일날.그냥 우연히 외식할 일이 많아서 계속 올리게 되네요!
을뚱이 2009/12/14 14:37 # 삭제 답글
오빠 , 나 으뜸이 ㅋㅋ 오랜만이다 ~ 끄어 , 미국이 좋긴 좋은가벼 ㅠㅠ부럽다 진짜 , 눈도 되게 많이 오나부네 ㅠㅠ 으아 . 나도 빨리빨리
졸업하고싶다 ㅋㅋ , 여튼 !! 사진들도 다 이쁘구 , 혹여나 미국가면
되게 도움될것같애 - 맛집 찾는데 있어서 - 허허 , 여튼 오빠 건강하구 !
시간날때 들릴께 !!
osolee 2009/12/14 14:47 #
우와 오랜만이다! 잘 지내?어플리케이션 쓰느라 힘들지, 쓰고나면 금방 졸업일테니 조금만 힘내구,
어플리케이션이나 대학생활 궁금한거 있으면 언제든지 물어봐:D
와줘서 고마워!
얼라리 2009/12/14 21:18 # 답글
태국식 볶음 국수와 월남쌈은 내가 만들어 줄게!!...................라고 말하지만 맛은 보장 못하고 ㅋㅋㅋ
여기도 추워서 따뜻한 국물이 너무너무 먹고싶다~ㅎㅎ
osolee 2009/12/15 00:02 #
나도 추워서 따뜻한 국물.. 난 한국에서 순대국, 설렁탕 같은거 먹고싶어!
진구 2009/12/15 08:25 # 삭제 답글
잘 보고 갑니다^^ 저 좀 사주세요^^ 배고파요^^
osolee 2009/12/15 10:07 #
오늘도 얻어먹었잖니 ^^
강우 2009/12/15 14:05 # 답글
네 국내에도 쌀국수 전문점들이 들어올때 포 xx 하는 상호들을 많이 써서Pho- 는 조금 알려져있긴 하네요. 그래도 결국은 쌀국수라 얘기하게 되곤 하지만요 ^^;;
osolee 2009/12/15 14:06 #
그렇군요! 한국에선 베트남쌀국수만 자주 먹다보니..이번에 한국에 들어가면 꼭 포 도 한번 먹어봐야겠어요!
고미남 2009/12/16 07:36 # 삭제 답글
생각했던거와는 달리직접보니까 되게 맛있어보이네요..
추울때 포 한그릇 먹으면 따스해지고 참 좋을꺼같아요 !
osolee 2009/12/16 08:19 #
추운날은 포가 제맛! 여름에 냉면 생각 나듯이.베트남쌀국수만 찾지말고 포도 한번 먹어봐! ㅋ